DMZ 서쪽 끝, 평화의 섬 교동도
교동도는 북한의 연백과 마주 보고 있는 서쪽 최북단의 섬이다. 서울에 사는 이에게 최북단의 마을들은 늘 낯선, 어떤 때는 이국적인 모습을 선사한다. 교동도 또한 군사분계선과 인접해있고 북한과 가까이 있다 보니 다니면서 꽤 낯선 풍경과 마주하게 된다. 이 섬의 의외인 풍경 중 하나는 섬인데도 넓게 펼쳐진 논이 많다는 것이다. 다른 섬의 모습과 참 다르다라고 여겨지는데 이곳의 주민들은 벼농사를 주로 짓는 모양이다.
예전에는 배를 타고 들어가야 했지만 지금은 교동대교를 통해 차로 섬까지 들어갈 수 있다.

건너편 북한의 모습을 보기 위해 망향대를 찾았다. 교동 망향대는 한국전쟁 중에 황해도 연백에서 피난 온 사람들이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모아 1988년 8월 15일 준공하였다. 망향대는 그리 높지도 않고 그 범위도 작게 자리하고 있는데 북한의 연안읍과는 약 3km의 가까운 거리로(나의 집에서 교동도와의 거리보다 편도 27배 가깝다.) 망향대의 망원경을 통해 북한 주민들의 모습을 가까이 볼 수 있다. 육안으로도 북한의 지형들이 보이지만 망원경으로 보면 모든 풍경이 바로 앞에 있는 듯 보인다. 건물의 모습, 휘날리는 인공기, 논에서 일하는 사람들, 건물에 모여 무언가 하는 사람들, 자전거를 타고 논을 지나가는 사람들, 서서 이야기하는 사람들 그들의 삶의 모습이 마치 동화책을 보듯 꽤 자세히 보인다. 보고 있자면 이렇게 가까이 있고 생활하는 모습까지 자세히 보이는데 갈 수 없는 땅이라는 것이 가슴 아프게 느껴져 망원경으로 비치는 그들의 모습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망원경으로 본모습을 영상으로 담을 수 없어서 아쉬운 마음에 더 많이 기억하려 노력하게 된다.
교동도에는 황해도의 연백장터를 본떠 형성된 대룡시장이 있다. 마주 보고 있는 황해도의 연백과 교동은 썰물이 되면 걸어서 건너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 한국전쟁 이전, 교동도 사람들은 밀물 때는 배를 타고, 썰물 때는 걸어서 연백장터로 장을 보러 다녔다고 한다. 한국전쟁 이후, 연백을 오가던 실향민들이 황해도로 돌아가지 못하고 교동에 정착하면서 연백장터의 모습으로 만든 시장이 대룡시장이다. 교동도가 민통선 안에 있어 사람의 출입이 제한되면서 대룡시장은 당시의 모습을 간직한 유니크한 시장이 되었다. 시장을 돌아보며 일부러 도시정비계획을 이렇게 했나 싶을 정도로 짙은 레트로함이 묻어난다.



교동도에는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만든 인공저수지인 고구저수지, 난정저수지가 있다. 이들 저수지에서는 낚시도 할 수 있고 풍경만으로도 아름다워 산책을 하며 한동안 머무를 수 있을 만한 곳이다. 이곳에서도 북한의 연백평야가 보인다. 다니면서 섬인데도 논이 많은 것이 새로웠는데 이곳에 와서 알게 되었다. 교동도는 예전부터 쌀 맛이 좋기로 유명했고 섬임에도 땅이 비옥해서 농업을 주로 하였으며 예전에 교동과 연백 주민들은 농번기 일손 품앗이를 위해 배를 타고 왕래했었다고 한다. 화개산에 올라가면 저수지 전체 풍경과 남, 북의 땅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번에 교동도에 와서 새롭게 알게 된 송암 박두성 선생의 이야기가 깊게 남는다. 박두성 선생은 일제강점기에 조선총독부 제생원 맹아부 교사로 일하며 일본어로 된 점자는 있는데 한글 점자가 없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연구하여 '훈맹정음'을 만든 분이다. 한글을 6개의 점으로 모두 가능하도록 연구하여 점자를 만든 것이 참으로 대단하다 여겨졌다.
송암 박두성 선생 어록 몇 가지
-민족이 노예가 되더라도 그 언어를 잘 보존하고 있는 한 그 감옥의 열쇠를 쥐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비록 눈은 잃었으나 우리말 우리글까지 잃어서는 안 된다.
-실명한 사람들에게 조선말까지 빼앗는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데 벙어리까지 되란 말인가?
-맹인 교육을 등한시한다면 국민에게 행복을 주기는커녕 문화 창달에 역행할 것입니다. 능한 목수는 아무리 굽은 나무라도 버리지 않는 법입니다.
-맹목적인 교육자는 학생의 육안을 밝히려 하기 전에 자신부터 개안하여 학생들의 심안을 밝혀야 한다.
일제강점기에는 장애인 교육에 관심 갖는 사람이 더 없었을 텐데 그 시대에 한글점자를 만들었다는 것이 어록 몇 가지만 보더라도 교육자로서 갖고 있던 신념이 느껴지는 듯하다.




교동도는 또한 과거에 많은 왕족, 귀족들이 귀양을 왔던 곳이다. 서울과 가깝지만 바다의 조류가 급하여 배들의 접근이 어려웠고 전략적 요충지로서 군사가 많았기에 귀양지로 활용되었다고 한다. 화개산 등산로에는 연산군 유배지와 조선시대 한증막이 있다. 연산군 외에도 고려의 희종, 강종, 충정왕, 우왕, 창왕, 조선의 광해군, 경안군, 숭선군, 낙선군, 임창군, 임성군, 복평군, 은언군, 영선군, 안평대군, 임해군, 영창대군, 능창대군 등이 교동도에 유배되었다. 이 날은 등산로 공사 중이어서 바로 앞까지 갔다가 돌아와야 했다.
이 외에도 교동도에는 화개사, 구 교동교회, 교동 향교, 교동읍성, 파머스 마켓 등 가볼 만한 곳들이 있다. 작은 동네를 만난다면 동네를 걸어서 여행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교동도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작은 동네를 걷다 보면 아직도 예전 집의 모양새들이 남아있어 조용히 탐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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